둘째임신 38주 + 3일 이슬인가? 이슬이었다
12월6일.2021
오전 6시 40분, 일찍이도 기상하신 우리 아들렘.
"엄마, 엄마" 하며 나를 부른다.
아들렘 방으로 가서 아기 침대에서 내려 기저귀 갈고 잠 옷 갈아 입히고 아들렘 아침밥 차려주고.
그리고 나는 식욕이 없어서 (이런날도 다 있다며(
미숫가루 타서 먹고 내일 있을 부동산 인스펙션으로 주방 청소를 시작 했다. 잠시 재활용 쓰레기 버리고 오는데 뭔가 아래에 흐른듯한 느낌 & 복부에 찌르는 듯한 통증.
화장실로 달려 갔더니 점액성 분비물에 피가 아주 살짝 섞여 있었다. #이슬 인가? 끈적끈적한 분비물이다. 갈색의 피도 묻어나고.
첫째때 이슬은 새벽 1시쯤 비쳤는데 굉장히 선분홍 색이였고 점액성은 아니였다. 대신 이슬 비치기 며칠 전 콧물같은 점액성 분비물이 나왔었는데 색은 거의 투명했던.
어쨋든 한번의 출산 경험으로 이것이 이슬임을 직감 했다.
또 폭풍 검색을 했다. #이슬비친후진통과출산시기
사람에 따라 다 다르며 빠르면 몇시간 후 길게는 일주일 후. 보통 3~4일. 첫째때도 이렇게 검색을 했음에도 어느덧 다 까먹고 살고 있다 또 막 찾아보고 이런다.
첫째땐 이슬이 비치고 한 시간도 안되서 바로 진통이 시작 됐었는데.
오늘은 월요일, 3일 후 목욕일에 제왕절개 수술을 예약 했는데 혹시나 그전에 우리 둘째 왕자님이 나오시면 어쩐담. 진통이 오면 어쩐담.
남편에게 이슬인것 같다고 전화로 알리고 일단 좀 지켜 보기로 했다. 그사이 배는 꽤 뭉쳐 왔는데 이건 진통 처럼 아픈건 아니고 배가 많이 뭉치고 특히 골반쪽이 너무 쑤셨다. 아기가 많이 내려온건가? 아가가 엄청 미는 느낌 같은. 암튼 배가 엄청 무겁고 불편했다.
그럼에도 누워서 쉬지 않고 이런저런 청소들 하며 몸을 움직이는데 중간에 화장실 갔더니 역시 점액성 물질이 묻어나왔다. 완전 갈색으로.
삼십분 후 또 화장실을 갔더니 이번엔 꽤 큰 500원 동전만한 크기의 분비물에 갈색혈이 섞여 나왔다.
이때 완전 느낌 왔다.
이건 이슬이 맞다고.
사람마다 한번 비치기도 하고 여러번 비치기도 한다는데 나는 오늘 두번 정도 이슬이 비쳤다. 두번째 분비물 이후 더이상 분비물은 없었는데 복부&골반의 무거운과 불편함은 계속됐다. 이러다 진통이 되려나.
걱정이 되서 남편에게 또 전화해서 상황을 말하고 일단 조퇴는 하지 말고 중간에 이상 있음 또 전화 하겠다고 했다.
한편 우리 첫째 왕자님, 아침 일찍 기상해서 피곤한지 9시 부터 방바닥에 누워 데굴데굴. 결국 10시반에 일찍 낮잠을 재웠다. 아들렘 주무시는 동안 나는 샤워하고 인스펙션을 위한 화장실 청소&주방 청소에 몸을 열심히 움직였다. 어차피 올 진통이라면 누워 꼼짝 않는다고 안오겠냐며.
제왕절개 예약 전에 진통이 오면 우리 아들렘 돌볼 사람을 찾아야 해서 그게 제일 걱정인데 특히 새벽이나 늦은 저녁 진통이 오면 안되는데 ㅠㅠ
빨리 출산 하는건 전혀 문제 없는데 오로지 플랜대로 안될시 우리 첫째 아들렘 돌보기가 젤 큰 미션이다.
여기저기 애기 봐주신다는 분들은 많지만 늦은 저녁이나 새벽에 아들이 잘 때 병원을 가야 하면 그건 참 ㅠㅠ
수술 당일은 미리 친한 언니께 부탁해서 언니가 우리집에 와서 아들렘 돌봐 주기로 했는데 갑작스런 진통으로 병원행이면 딸린 식구 없고 직장에 구애 안받을 지인들 찾기란 쉽지 않다. 부탁하면 다 해주시겠지만 다들 애들 키우고 일하러 가셔야 하는데 새벽에 와달라고 어케 부탁하나. 정 급하면 어쩔서 없지만서도.
혼자 이런저런 걱정을 하고 있는데
동갑내기 친구가 마침 전화와서 이런저런 얘기 하다 내가 이슬이 비쳐서 혹시나 수술 전에 병원을 갈지 모른다 했더니 그렇게 되면 자기한테 전화하라고. 우리집에 와주겠다고 했다. 다행히 회사일이 엄청 바쁜게 아니라 급하게 휴일 써도 되니까 연락하라고. 엄청 고마웠다. 역시 내 친구~
일단 첫째 걱정은 대충 해결됐고 부랴부랴 출산 가방을 쌌다. 진작부터 싼다면서 아직도 안 싼 여자. 첫째 육아가 또 핑계인데 진짜 하랑군이 태어나고 내 하루는 한번도 제대로 계획해서 살았던 적이 없는듯. 늘 미루고 또 미루기 바쁜 하루 하루 모든 일과.
출산 가방 싸고 유축기랑 젖병 소독 해놓고 .... 어느덧 시간은 오후 2시. 낮잠 자던 아드님이 기상 했다.
또 모시고 나와 점심 차려드리고 긴장과 걱정으로 점심을 건너뛴 나도 늦은 점심을 먹었다. 아침에 미숫가루만 먹고 계속 청소 했더니 허기가 제법 느껴졌고 급기야 어지러움도 약간. 혹시 진통이 오면 빠른 수술을 할까 밥을 일부러 안먹기도 했는데 일단 배가 너무 고프고 기운이 쫙 빠져서 먹고보자.
점심을 먹고 나니 복부&골반이 더 무겁고 찌릿찌릿 하다. 영 컨디션이 좋지 않다. 안되겠다 싶어 일단 산부인과 립셉션에 전회해 상황을 말했고 닥터가 전화 줄거라고 했다.
3시 남편이 퇴근하고 왔다. 그리고 산부인과 닥터께 전화가 왔다. 우선 출산 병동으로 가서 아기와 나의 상태를 체크하라고 했다. 오늘 오후 4시쯤 피 뽑으러 갈 예정이었는데 그건 출산 병동가서 말하면 그쪽에서 해줄거라고.
오후 4시 진료 보는 병동이 아닌 Main Hospital 의 Birth suit Mary Ward 출산 병동으로 왔다.
2년전 기억을 더듬어 .... 그땐 우린 둘이였는데
지금은 셋이되어 간다
Main Hospital Ground floor 에서 리프트타고 1층 St Mary Ward 로
립셉션에서 목요일 제왕절개 예약인데 이침에 이슬이 나왔고 배도 좀 많이 불편해서 왔다며 산모카드 건내줬다. 미드와이프분의 안내를 받고 일단 밖에 있는 휴게실에서 대기. 20분 정도 기다린 후에 미드와이프분 안내를 받고 Birth suit 병실로 이동.
2년전 기억이 새삼 새록새록. 배에 아기 심장 박동 체크기랑 진통 그래프 체크기 달고 혈압 재고 누웠다.
이때가 대충 오후 5시. 30분 정도 체크하면서 아기도 나도 모두 문제없고 특히 진통은 불규칙한 가진통만 있어서 모든것이 노멀.
아기 이상없음 이제 나는 집에 가겠다고 했더니 친절한 미드와이프분이 닥터에게 전화했고 내 담당쌤은 두시간 정도 더 병원에 있는것을 추천했다. 역시 이래서 사립 산부인과가 좋은거.
그리하여 남편과 첫째 아드님은 우선 집에가서 저녁먹고 나 데리러 오기로 .... 잠깐 병실에 있는 동안에도 열심히 뛰고 놀고 과자 엎고 .... 역시 우리 아들렘 에너지 뿜뿜해주셨다. 둘째 출산후에도 우리 첫째 아드님은 입원실에 거의 있지 않는걸로 ㅋㅋㅋ
남편과 아들을 보내고 평화가 왔다. 요근래 출생한 아기가 많지 않은지 아기 울음소리가 많이 안났다. 그와중에 간간히 신생아 울음소리가 들렸는데 2년전 추억이 떠오른다. 그리고 곧 3일뒤 나에게 또 닥칠 행복한 일 ㅋㅋㅋ
1시간 반동안 계속 아기랑 나 상태 체크하고 진통도 체크 했다. 또 소변 검사하고 원래 오늘 Pathology 가서 피 뽑기로 한거 닥터가 말해준대로 미드와이프에게 얘기 해서 Pathology 담당자 한 분이 병실로 와서 편하게 피를 뽑았다.
그리고 미드와이프분이 브레이크 가시고 난 혼자 완전 평화를 만났다. 첫째 아들렘 없이 이렇게 고요한곳에서 혼자 있는게 왜이리 낯선지. 네이버 뉴스 검색해서 보다 이렇게 오늘 하루 일을 포스팅하고 있다.
6시 50분, 브레이크 끝내고 미드와이프분이 오셔서 마지막 체크 하시고 닥터에게 전화해서 알리고 7시 나는 병실을 나왔다. 남편에게 데리러 오라고 전화하고 갑갑한 병실이 아닌 밖에서 기다리기로.
오늘 내 담당 미드와이프 Vicki 는 목요일에 또 볼 수 있음 만나자며 끝까지 친절함을 잊지 않은 그녀. 2년전 출산때도 감탄 했지만 #호주미드와이프분들 너무 친절하고 좋아요.
혼자 병실을 나와서 걷는데 병원 여기저기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난다.
2년전 우리 부부에게 온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 ♡우리 첫째 아들♡
12월 24일에 쨘하고 태어난 우리 천사 생각이 또 막 난다.
병원을 나와 남편과 첫째 아들을 기다리는데 너무 기분 좋은 바람이 불었다. 날씨도 덥지도 춥지도 않은 딱 좋은 기온이고.
해가 길어져 아직 제법 밝고 .... 2년전 퇴원 하던날, 완전 쪼꼬미 하랑이를 안고 남편이 주차장에서 차 빼오는걸 기다리던 날이 생각난다.
그땐 제법 더운 여름이였지만 오전이라 시원했고 4일동안 입원실에 있다 집에 가는데 너무 기분이 좋았다. 특히 내 품에 안긴 천사 하랑이와 함께 우리집으로 가는게 어찌나 감동적이던지. 이제 곧 그 감동을 또 느끼게 된다.
부디 부디 이틀간 진진통이 오지 않기를.
목요일까지 우리 둘째 왕자님 방 빼지 마세요.
집에 와서 늦은 저녁을 먹고 하랑이 재우고 녹초가 된 신랑옆에 누워서 이 포스팅을 마무리하고 있다.
오늘 하루 나도 우리 신랑도 엄청 길고 힘든날이였지만 우리는 함께이기에 또 잘 극복했다. 여전히 #불규칙한배뭉침 이 있지만 병원을 다녀와서 마음이 편안하다. 밤새 진통이 없기를 바라고 내일도 모레도 없다가 목요일에 예정대로 우리 둘째 만날수 있게 기도하며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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