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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타 사막에서 피는 꽃

8개월 아기 발달, 구부정하게 앉는 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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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아들 D + 253, 생 후 8개월
아들이 둘이 되면서 육아로 바쁜 나날을 보내랴 또 육아 퇴근 후 일하느라 우리 사랑스런 둘째 아들 육아일기는 제대로 써본적이 거의 없다. 블로그에 몇 개 올린 글이 전부. 첫째때는 잘 키워 보겠다고 월령별로 성장 과정 계속 찾아 보고 애썼는데 둘째는 정말 너무 무심히 달려온것 같다. 어제, 오늘 있는 8개월 영유아 검사로 미리 우편으로 받았던 8개월 아기 성장 발달 과정 체크 리스트를 하면서 충격 받은 몇 가지가 있다. 8개월인데 아직 혼자 앉는게 너무 구부정한 우리 아들, 또 전혀 잡고 서는걸 시도하지 않는 우리 아들. 사실 큰 아들 때 없었던 배밀이를 둘째는 6개월 부터 시작해서 온 방안을 휘젓고 다녀 성장이 빠르다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 주 플레이그룹에 동갑 여자 아기가 혼자 너무 잘 앉아 놀고 잡고 서기를 너무 잘하길래 역시 여자애라 빠르구나 생각 했다. 그런데 핸드폰 속 첫째 아들의 8개월 때 사진&동영상을 보고 그때 첫째는 혼자 잘 앉아 있었는데 우리 둘째 앉는게 늦구나 생각 하고 있긴 했다. 그러다 어제 8개월 아기 성장 발달 체크 리스트를 하다 순간 어,우리 아기는 아직 혼자 앉기가 완벽하지 않고 잡고 서기는 전혀 해본적 없고 세워 봤을때 다리에 힘이 너무 없다는 것에 놀랐다. 나는 그동안 왜 이런게 느린걸 생각도 안하고 있었을까?

어젯밤부터 태풍이 와서 억수같은 비와 강풍이 아침까지 이어 지고 오전 10시 집앞 차일드 헬스 센터 Child Nurse 예약을 변경해야 하나 엄청 고민을 하고 있는데 다행히 예약 10분 전 출발 할려고 하니 비가 엄청 줄었다. 얼른 두 아들 차에 태워 4분 거리의 차일드 헬스 센터로 갔다. 둘째가 태어난 후로 2달에 한번씩 만나는 담당자 "줄리아" 아들만 셋 있는 그녀라 아들 둘 내 맘을 참 많이 공감해 준다. 오늘 8개월 체크업은 새로온 신입 한 명이 함께 했다. 8개월 아기 키 71cm, 몸무게 8.75, 머리 둘레 44cm. 성장 발달은 모두 정상. 가져간 체크리스트를 주면서 나의 걱정꺼리 세가지를 이야기 했다.

1. 8개월 아기 구부정한 앉는 자세
2. 8개월 아기 혼자 잡고 서는걸 못해요
3. 8개월 아기 서서 몇 초도 못 버텨요

내 이야기를 듣고 담당자 줄리아는 우리 둘째를 바로 앉히고 서게 해 봤다. 역시나 구부정한 자세의 앉기. 다행히 어제 몇 번 서기 연습 시킨게 효과가 있었는지 오늘은 서서 몇 초 버텨 주셨다. 줄리아 말이 다리 힘은 아주 좋다고 걱정 안해도 된다고. 앉기 또한 구부정해도 혼자 앉을 수 있고 아기들 마다 발달은 다르니 걱정 안해도 된다고. 그러면서 내게 물었다. 아기 앉기, 서기 연습 어떤거 시켰냐고? 순간, 그 질문에 할 말을 잃었다. 왜냐면 정말 터미타임 후로 별로 앉히고 잡아 주며 서게 한게 거의 없었던것 같다. 심지어 쉽고 빨리 밥 먹이겠다고
하이체어에 앉혀 밥 먹이는 일도 많지 않았다. 또 .... 물 컵으로 물 마시기도, 핑거 푸드로 자기주도 식사도 전혀 안시키고 있었던 형편없는 엄마. ㅠㅠ 나는 그동안 뭘 한건가? 큰애 때 안했던 배밀이를 6개월 부터 하면서 형 따라 이방 저방 거실 다 다녀서 성장이 좋고 빠르다 생각하며 그 외의 것들에 너무 무심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둘째 출산 10일 후부터 복귀 했던 홈 뷰티 일로 저녁 7시 전으로 두 아이를 재운다고 큰애도 작은애도 밥 먹이는데 너무 소홀 했다. 치우고 정리하기 힘들다고 초기 이유식 시작 후 8개월 현재 중기 이유식까지 핑거 푸드 하나 없이 뭐든 다 갈아 만든 죽으로 내가 먹여주기만 했던 것이다. 큰 애 때 해보니 다 때 되면 혼자 먹고 물 도 마신다고 너무 트레이닝을 하지 않았다.

어제 체크리스트를 작성하며 한 번 충격, 오늘 차일드 널스의 질문에 또 한 번 충격. 너무 형편없고 대충해온 둘째 육아에 스스로 너무 원망 스러웠다. 무슨 엄청난 돈을 번다고 아기 육아에 이리 무심히 달려왔단 말인가 ㅠㅠ
사실 8개월 아기 혼자 앉기가 잘 안되는게 큰 문제는 아니나 그래도 대근육을 키워주는 운동을 해서 혼자 잘 앉고 또 잡고 서고 혼자 서기 까지 훈련 시켜 주는게 엄마 아빠의 몫인걸을 우리 부부 너무 무심했다. 배밀이만 너무 믿고 ㅠㅠ 또 큰 아들이 워낙 배밀도 없이 11개월 쯤해서 기기 시작, 14개월에 걷기 시작해서 둘째도 천천히 다 때가 되면 할거라 크게 걱정 하지 않은것도 있다. 그렇게 발달이 늦던 우리 큰 아들 32개월인 지금은 날아 다닌다. 발육은 느렸던 반면 발달은 엄청 빨라 언어도 빨랐고 지금도 남자 아이임에도 또래 비해 언어가 엄청 유창하다. 플레이그룹 가면 산만한 보통 또래 남자 아이들과 달리 집중력도 좋고 차분해서 또래 엄마들 모두 어떻게 교육하냐 부러워 해서 나는 내가 아이 교육을 엄청 잘하고 있다 착각 했나 보다. 운 좋게 우리 큰 아들이 너무 잘 커준 거였다. 그래서 둘째도 알아서 잘 크겠지 마음이 컸는데 엄마가 성의가 너무 부족했어. 미안해, 우리 보물들. 생각해 보면 난 늘 말은 사랑한다 말하면서 육아에 크게 헌신적인 엄마는 아니였다. 남편 말 처럼 난 내가 더 우선인 엄마. 그래서 내 커리어도 놓지 않고 지금껏 육아와 병행하며 왔다. 뭐가 중한가를 모른체 ....

사실 이번주 남편이 야간 일을 하게 되면서 정말 혼자 독박 육아를 하고 있는데 그러면서 자연히 저녁에 일을 못하게 되면서 문득 깨달은게 있다. 예약 시간에 쫓기지 않다 보니 늘 조급하던 저녁 시간이 여유로워 졌고 자연히 아이들도 충분히 먹고 놀고 잘 수 있게 기다려 주게 된 것. 그동안 저녁 7시면 거의 예약이 있었기에 오후 5시면 마음이 조급해 왔던 것 같다. 아이들 빨리 저녁 먹이고 재워야해 ㅠㅠ 이런 강박증. 물론 꼭 일이 아나라도 우리 집 저녁 식사는 워낙 빠른 점심을 먹는 남편 때문에 4~5시경 먹게 되고 좀 놀다가 7시 전이면 아이들은 취침한다. 그래도 손님 예약이 없으면 그래도 느긋하게 보낼 수 있는데 요즘 계속 일을 하다 보니 알게 모르게 나는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나 보다. 어쨋든 오늘도 퇴근이 늦은 남편, 혼자 두 아이 밥 먹이고 씻기고 재우고 오늘부터 자극 받아 바로 만든 핑거 푸드에 엄청 정성 쏟은 이유식&유아식 만드느라 산더미 처럼 쌓인 설겆이 다하고 그제서야 배에서 꼬르륵 하고 보낸 신호에 반응 했다. 허나 시간은 이미 오늘 예약 손님이 오실 시간이 다 되었고 엄청 대강 또 엄청 급히 그릭 요거트 먹고 일을 시작 했다. 손과 몸은 일을 하며 머리와 마음엔 생각이 많았다. 결국 최선책을 찾아냈다. 일 보다는 아이들이 먼저 였다. 너무 내 커리어 놓기 싫고 또 돈 도 벌겠다고 욕심 부리며 달려온 32개월. 나도 좀 쉬고 가장 중요한 아이들 육아에 제대로 집중 좀 하기로 결심. 당장 아예 일을 손 놓기는 아쉽고 당분간은 주말만 예약을 받을 생각이다. 그것도 절대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돈 보다 더 중요한 건 우리 아이들, 우리 가족의 시간 이였는데 그걸 너무 몰랐던건지 외면했던건지. 어쨋거나 우리 둘째 앉기, 잡고 서기 발달이 조금 늦다는 걸 알게 되면서 정말 소중한게 무엇인지 깨닫게 된 걸 감사하자. 이게 아니였다면 나는 내가 하고 싶은거 하겠다며 정작 가장 중요한 본업인 엄마 역할을 언제까지 대강하고 있었을지 참 창피하다. 호주에 살면서 첫째도 가족 둘째도 가족 가족과의 시간이 제일 중요하다는 걸 너무 잘 알면서 어찌 이리 많이 놓치고 왔을꼬. 돈 보다 삶의 질이 더 중요한 이 곳. 그래서 주말에 돈 많이 준다해도 일 안하는 이곳에서 나 왜이리 뻑뻑하게 살았던 거니. 경력단절이 무서워서 ?  기저귀 값이 증요해서 ? 이유가 뭐가 됐든 내일 부터는 우리 집 세 남자 잘 먹이고 행복하게 하는데 올인 하겠습니다. 더불에 내 삶도 느긋하게 즐길랍니다.

굿바이, 30개월간의 육퇴 후 출근 인생아~

참고로
보통 아기가 혼자 앉는시기는 평균 6~7개월 전 후라 한다. 하지만 아기들 마다 발달과정은 달라 완전하게 잘 앉기까지 시기는 모두 다르니 너무 걱정은 말되 평상시 대근육을 키워주는 운동을 많이 해주세요^^

우리 둘째 아들도 천천히 대근육 강화 시켜 곧 혼자 잘 앉게 되길 바라며 모자라고 부족해도 나는 엄마. 더 좋은 엄마가 되고 싶고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부족한 나란 사람. 그래도 힘내, 엄마가 되고 자괴감에 빠져 우울해 질 때가 참 많지만 그래도 내가 나를 믿고 잘 할 수 있다고 응원해 줘야지. 사랑해 41살 어리숙한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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